
우울증이란 무엇인지,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통해 드러난 초기 증상과 술에 기대어 무너졌던 날들, 그리고 다시 살아내려는 마음까지 기록해 봅니다.
우울증 증상,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마음이 지친 줄만 알았습니다.
무기력한 날이 며칠 계속됐고, 의욕은 사라졌습니다.
일상은 흐릿했고, 대화는 점점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좀 쉬면 나아지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보냈고,
나는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앞에서 멈췄습니다
우연히 우울증 자가진단 문항을 접했습니다.
별생각 없이 체크해 보던 중,
거의 대부분 항목이 해당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건 기분 탓이 아니구나.”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처음, 내가 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몸이 보내던 신호들을 외면했습니다
- 하루 종일 이어지는 가라앉은 기분
- 모든 일에 대한 흥미 상실
- 불면 또는 과도한 수면
- 식욕 저하 (밥알이 모래알처럼 씹힘)
- 불안과 초조함
- 피로감, 무기력
- 집중력 저하, 결정장애
-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의 반복
저는 대부분 항목에 해당되었고,
지금도 절반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신호였습니다.
술로 버티다 망가져간 일상
저는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셨고,
생각을 지우기 위해 술에 기대었습니다.
어느새 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022년 가을,
코로나 확진과 함께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실업자가 되었지만,
퇴직금이 생기니 자유로워졌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자가격리도 핑계였고,
눈만 뜨면 술을 마셨습니다.
시간 개념도 없었습니다.
공허함은 쓰나미처럼 밀려왔고,
그 고통을 다시 술로 덮으며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병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까지
그 생활은 곧 몸을 무너뜨렸습니다.
근육은 빠지고, 며칠 동안 움직일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러다 정말 끝나겠다’는 생각에
정신과를 떠올렸습니다.
3일 동안 잠도 못 자고,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약과 술을 함께 먹는 생활.
그건 치료가 아니라 자학이었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던 밤들
그 무렵부터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냥… 모든 걸 끝내고 싶다는 충동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술을 마신 채 난간 위에 서 있던 순간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떠오른 얼굴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고통이 끝나면, 더 큰 고통이 기다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발을 내디디지 못했습니다.
나는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시기, 저는 지방에 혼자 살고 있었고
가족은 서울에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열아홉 고등학생이었던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엉망인 말투로,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꺼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살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죽고 싶다’는 말로 신호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외로워서 그랬던 걸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의 방문, 말 없는 구조 요청
어머니는 결국 그 사실을 아시게 되었고,
저와 통화한 뒤
모든 일을 미루고 저를 보기 위해 내려오셨습니다.
당시 저는 술에 취해 있었고,
집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습니다.
몸을 간신히 움직여 청소를 했지만,
어머니 앞에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어머니는 3일 동안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저희 집을 청소하셨습니다.
그 침묵의 시간이 저를 구했습니다.
그날 이후, 결심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회복은 쉽지 않았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여전히 무너졌고,
과음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달라졌습니다.
다시는 그때처럼 무너지지 않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나는 나만의 주문을 만들었습니다
술이 당길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술 한 잔은 절대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일의 쓰나미 같은 우울감은, 오늘의 술보다 훨씬 무겁다.”
“나는 한 잔으로 멈출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 주문은 제가 여러 번 무너지는 걸 막아주었습니다.
아직도 가끔 흔들리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깊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지금, 나는 회복 중입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지나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살아 있습니다.
회복은 빠르지 않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사람을 만나고, 나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지금 같은 고통 속에 있다면,
부디 이 말은 기억해 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지금이 가장 어두운 터널이라 해도 반드시 끝은 있습니다.
당신이 사라지면, 더 아파할 사람이 있습니다.
✅ 혹시 지금 내 마음도 우울증일까?
이 글을 읽으며 나도 해당되는 부분이 많았다면,
간단한 온라인 자가진단 테스트를 통해
현재의 내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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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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